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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의 일상이야기/세상일기

이메일 보단 직접 쓴 편지를 보내는 이유



벌써 추석이 다가왔네요. 다들 추석 잘 지내고 계시죠? 물론 가족과 함께 다 같이 보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 같이 가족들과 함께 못 보내시는 분들도 계실거에요. 외국에서 혼자 유학생활하는 저도 쓸쓸하지만, 저 없이 추석을 맞이하는 저희 가족들도 왠지 허전할 것 같아 편지를 보내볼까 합니다. (나 혼자 생각인가 ㅋㅋ)


추석 때 당연히 전화는 할겠지만, 그래도 편지를 보내면 더욱 기뻐할것 같아 한번 한국으로 편지 한통이나 보낼까 합니다. 그나저나 이메일로 보내면 될 것이지 왜 외국에서 비싸게 보내느냐구요? 이유는 직접 받아보시면 아실거에요.




생일날 받은 한국으로부터 온 편지


제 생일날에도 전 캐나다에 있었습니다. 그 때 가족이랑 같이 축하도 하지 못하고, 직접 얼굴도 못봐서 쓸쓸하고 그랬었는데, 제 생일날 날아온 편지 한통이 있습니다. 보니깐 저희 누나로 부터 온 편지더군요. 내용은 당연히 '힘들더라도 힘내고 생일축하해' 였지만, 정말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사소한 기쁨이라 할지라도,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다운되었던 기분이 업이되었어요! 기대도 안했는데, 서프라이즈 편지를 막상 받아보니 별거 아닌데도 괜히 기분히 좋아지는거 있죠. 항상 가족과 떨어져 있지만 편지를 받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항상 가족이 옆에있다' 라는 감정입니다. 게다가 직접 손으로 정성들여 쓴 편지가 너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이에 보답으로, 누나 생일때 편지를 저도 보냈습니다. 그것도 제가 직접사서, 직접 쓰고, 우표도 직접사서 우체국 가서 붙혔습니다. 누나와 가족이 받을 생각을 하니깐, 너무 기쁘더군요.ㅎㅎ 받는 것 또한 기쁘지만 주는 것도 정말 기쁩니다. 편지를 잘받았다, 고맙다라는 소식을 들으면 그 기쁨은 배가 되죠.

이메일로 보냈으면 어땠을까요? 당연히 기뻣겠죠. 이메일도 자기가 직접 쓴 글이니깐요. 하지만 인터넷 북보단 종이로 된 책을 읽는걸 아직도 좋아하는건 저 혼자뿐일까요? 전 편지가 훨씬! 백배! 좋답니다. 이메일은 사연이 깔끔하게 담겨져 있지만, 편리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보내지지만 직접 만질수는 없습니다. 글의 어감밖에는 당신의 흔적들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편지는 사람의 흔적들이 남겨져 있습니다. 살아온 세월동안 항상 가지고 다니는, 자신의 표식이라 할 수있는 글씨체, 글쓴이가 직접 접은 편지지, 직접 봉한 편지 봉투, 직접 붙힌 우표. 그리고 그 흔적들을 직접 만져보고 항상들여다보고 소유할 수 있다는 것. 편지가 가진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되도록이면, 이메일보단 편지를 보내고 있답니다.




편지는 내가 가지고 있는 보물, 기억 그리고 추억


어릴적이었던가요, 누나가 편지들이 가득 든 종이박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이거 내가 받은 편지들이야, 어때 많지?' 누나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쓴 각종 편지들을 몇개 읽어보며 '우와 많다-' 하며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나도 저렇게 편지 많으면 꼭 보관해둬야지!' 하고 가슴으로 생각했죠.

그래서 1학년 떄 부터 받은 편지들을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 편지들은 박스를 전 '보물상자'라고 부릅니다. 3학년 때 선생님께서는 저와 친구들에게 추억을 남겨주셨습니다. 생일 맞은 친구들을 위해 반 전체가 편지 하나하나를 써서, 생일날이 되면 초코파이 케익과 함께 전해주곤 했습니다. (제 생일날 받은 소중한 편지들을 하도 들춰 보던 바람에 지금은 없어 졌어요. ㅠㅠ)


매번 편지를 보며 생각하는 것은 주위사람들이 묘사한 나 '자신' 에 대해서 입니다. '아 내가 이때 이랬었나? 내가 이런사람이었나 보구나' 하면서 말이죠. 누군가 자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은 참 재밌고 매력적인 일입니다. 비난이거나 극찬이거나, 자신에 대한 말들은 귀를 쫑끗 세우고 듣곤 하죠.

이런 매력을 바로 편지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읽으면서 나에대한 과거 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과거, 그러다 보면 세상의 과거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 때 유행하던 노래, 그 떄 유행하던 예능 프로그램, 그 떄 유행하던 모든 것들. 크리스마스떄 들은 노래들. 그리고 '그 녀석은 지금 뭐하고 지내려나, 잘 지낼려나?' 하며 추억에 흠뻑 젖어있으면 벌써 시간은 훌쩍 가버리기 일상이죠.

그렇게 현실에 얽매여 앞만 보며 달리던 사람들을 붙잡아, 여유롭게 뒤를 돌아보게 할 수 있는 휴식을 갖게 하는 것이 바로 편지라고 생각합니다. 읽다가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혹은 눈물을 흘리게 하는 그때그때 왁자지껄 이야기를 담은 이 바로 편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메일 보다는, 사람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편지가 정이 더 느껴 진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서서히 사라져 가는 편지들

아이폰 4, 아이패드, 스마트폰들의 등장. 글 읽기, 편지쓰기 같은 기능들이 훨씬 더 편리해지고 누워서도 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지 예전처럼 정성스럽게 쓴 편지들은 사라져가고 편리한 이메일들만 날려져 보내지고 있는 판국입니다.


당연히 편지를 꾸준히 보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메일은 커녕 메신저 쪽지로 편안하게 대화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비한 하는 것이 전혀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전해주고 흔적을 전해주고 싶다면 단순한 메일이 아닌 정성스럽게 '자신이 직접 쓴 글'을 남기신다면 상대방이 정말 좋아할 겁니다.

이메일 보단 직접  쓴 편지, 메신저 쪽지보단 직접 쓴 쪽지, 인터넷 북보단 직접 사고 손으로 넘기는 . 손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마음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그런 힘이 존재하는 것들. 보내는 자신도, 받는 상대방도 모두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것들.



많이 보내고 싶지만 캐나다는 너무 비싸요

최근에 한국으로 편지를 보내려고 편지지 2개를 샀습니다. 편지지 보단 '카드'라고 하는게 좀더 좋을 것 같군요. 하여튼 카드 두장을 샀습니다. 든돈은 만원.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 ㅠㅠ 카드 한장에 5000원 뻘이라니. 그리고 두장을 보내려면 5000원 정도 들것을 감안하면 편지 2번 보내는데 15000만원 정도. 껌하나에 2000원하는 캐나다 물가를 생각하면 당연한 가격이군요.

한국에서 이만원 정도로 얼마나 맛있는것들을 사먹을 수 있는데.ㅠㅠ 떡볶이, 짜장면, 짬뽕, 컵케잌..ㅠㅠ 그래도 가족들에게 보낼 생각하니 너무 행복하군요. 비행기를 타고 쑝~ 날아가 가족들 손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간식 용돈은 충분히 희생할 수 있습니다!! ㅎㅎ





마치면서...

여러분들도 멀리있는 가족이나 추석때 고향에 가지 못한다면, 전화는 당연한 거고 편지 한번 보내보세요! 딸랑 편지만이 아니라 간단한 선물도 동봉해서 보낸다면 기쁨은 두배가 될거에요! 전 편지에 단풍잎 몇개 넣어서 보낼려구요.ㅋㅋ 하여튼 제 긴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추석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덧붙이는 말: 저질스러운 사진 퀄리티 죄송합니다.ㅠㅠ 제 카메라가 고장나는 바람에 다른 사람껄 빌렸는데 이것도 물에 한번 빠져서 정상이 아니네요.ㅠㅠ